2009년 11월 08일
[렛츠리뷰] 엄마 내 맘 알지?
사실 나도 동물과 대화한 적이 있었다. 여태까지는 그게 대화인줄(아니 정확히 말하면 대화까진 아니었지만)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것 뿐이었던 것이다. 책을 신청하고, 나는 얼마만큼 동물과 대화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보니 불현듯 초딩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모두들 그랬겠지만 초딩 시절, 병아리를 꽤 많이 길렀었는데 아마 첫번째로 길렀던 병아리는 내가 죽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병아리가 너무 아파보여서 나는 그저 낫게 해주고 싶어 게보린을 눈꼽만큼 쪼개어 병아리에게 그 독한 인간약을 먹여 즉사시켰다. 나는 그 때 병아리가 죽사한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약을 넘기자마자 목과 다리가 쭉 펴져 금방 싸늘해졌고 나는 충격을 받아 한동안 멍하게 있었던 것 같다.
그 이후에 기른 병아리도 역시 너무 아파보였다. 나는 그 전과 같은 과오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병아리에게 열심히 다리운동 날개운동을 시켰다. 그랬더니 비실비실하던 병아리가 다음 날이 되고 그 다음 날이 되자 잡아놓은 파리며 흘린 밥알이며 과자 부스러기며 심지어 잡아놓은 바퀴벌레까지, 집 마당을 휩쓸며 폭풍같이 이것 저것 막 집어먹는 식탐 건강 병아리가 되어있었다. 똥을 아무 곳이나 찍 싸는 것 외에는 정말 말이 통하는 친구였다. 당시에 마당에서 집 현관문까지 가는 길에 있는 한 칸짜리 계단은 한 뼘도 되지 않았지만 병아리에겐 넘사벽이었을 것이다. 계단이라고 하기도 뻘줌한 그 곳을 항상 지나갈때면 병아리는 삐약삐약하며 나를 불러 괜히 귀찮게 만들었다. 어느날 귀차니즘 최고조였던 나는 똘똘이(어느샌가 붙여진 병아리 이름)에게 계단을 오르내리는 방법을 알려주어야겠다고 생각하여 그 계단 앞으로 똘똘이를 데려다 놓았다. 그리고 이 계단은 초보에게도 아주 쉬운 코스이며 너도 할 수 있다고 북돋아주면서, 그 계단을 뛰어 오르거나 내려갈 때 느낌을 알려주기 위해 똘똘이를 잡아 직접 오르락 내리락해주었다. 몇십분을 그렇게 실랑이(?)를 벌였는데도 똘똘이가 망설이고 있자 나는 쪼그려 앉아서 똘똘이의 시점에서 직접 계단 밑으로 뛰어내리는 시범을 보이면서까지 "제발 한번만 뛰어줘!"라고 애원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더니 똘똘이가 나를 비장한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날개를 파닥거리며 계단 밑으로 뛰었다!!!! 나는 정말 뭐라고 형용할 수 없이 감격스러웠고 똘똘이도 한 번 뛰어봐서 괜찮았는지 그 한 뼘도 안되는 계단 뿐만 아니라 옥상으로 올라가는 꽤 가파른 계단까지 잘 오르락 내리락 다녔다. 똘똘이의 놀이 공간이 집 안과 마당에서 옥상으로까지 확대되는 기념적인(?) 순간이었다.
그 땐 정말 똘똘이가 병아리 천재인줄 알았는데 책을 읽다보니 모든 동물은(심지어 파충류까지) 인간이 노력만 한다면 대화할 수 있고, 저자인 아멜리아가 동물과 대화를 할 때 내가 했던 방법과 비슷한 방법을 쓰는 것을 보고 좀 깜짝 놀랐다. 물론 아멜리아는 좀 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대화이지만.
아무튼 나는 이 책이 애완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적힌 단순한 책인줄 알았으나 나의 정신 성숙에도 도움을 주는 책이었다. 동물과 대화하기 위해선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인간인 나부터 시야를 넓혀 세상의 신비로운 많은 것을 새롭게 다시 느껴야 하며 명상을 통해 자신의 영혼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는 말 등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상상력과 생각의 진전 같은 말들도 적혀있었다.
책을 읽으며 생각이 새롭게 바뀐 것이 있다면 고양이에 대한 것인데, 병아리 천재 똘똘이가 들고양이 혹은 들쥐에게 잡혀먹혔으며 그 외에 많은 병아리들이 들고양이에게 잡혀갔었기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고양이는 굉장히 세심하며 정치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저자 글을 보니 고양이가 귀엽게 느껴졌다.

나는 현재 집에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아 텔레파시로 친구집의 애완견들과 접촉을 해보았는데, 하고나니 굉장히 머리가 아파왔다. 여러가지 질문을 해보았지만 이것이 정말 그네들이 보내온 답변인지 나의 상상인지 모르겠다. 특히 내가 선물한 토끼인형을 좋아한다고 하는 것을 보면 나의 경험과 상상이 어우러진 것일 가능성이 굉장히 많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고, 아멜리아처럼 언젠가는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는 동물친구들도 있겠지!
# by | 2009/11/08 21:59 | 보고읽기 | 트랙백 | 덧글(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